제23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왔다. 2월9일부터 25일까지 지구촌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각국 선수들이 순간의 승패를 다투는 경쟁을 벌인다. 올림픽 기본정신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를 배제고 순수한 겨룸을 통하여 지구촌의 평화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올림픽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국제정치와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을 붙여 말하는 것 자체가 슬프고 민망하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올림픽을 열 수 있는 것도 그 나라의 힘이나 국격을 보여주는 정치적 행위이고 각국이 각축하는 올림픽 스타디움은 이미 오래전 국제정치의 또 다른 무대가 되었다. 평화의 제전을 통하여 평화를 위협하는 국제정치적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눈을 치뜨고 흘겨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평화를 기치로 어렵게 부활한 올림픽이지만 그 역사를 보면 회를 거듭하는 가운데 악의적 정치선전의 마당이 되기도 했고. 냉전체제에서 반쪽 축제가 되기도 했었다. 21세기 초반 현재 핵확산 방지라는 거대 담론은 국제정치의 가장 핵심적 이슈중의 하나다.
한반도가 그 거대담론의 중심에 있다. 한반도의 북에서 김정은 세습정권이 비확산. 비핵화를 비웃듯이 핵을 개발하고 내친김에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니 지구촌 해결사를 자처하는 미국 마음이 편할 리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형국에 주최국인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출범의 뿌리를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에 두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구촌 평화의 제전으로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시작하여 막힌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잇달아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문대통령은 매우 어렵게, 그리고 약간의 무리수를 감수하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냈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불가할 것으로 보였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화와 참가의도를 내비치면서부터 참가하는 것으로 180도 급선회 한다. 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현송월이 내려와 현장을 점검하고 남한 점검단이 방북하여 마식령스키장과 금강산일대의 현장을 살피는 등 번갯불에 콩 굽듯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무드가 일사천리로 내닫는다. 남북정치가 평창올림픽에 편승하여 평화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고 정부여당은 신바람이 났다. 딴지를 걸거나 어깃장을 놓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기류는 아직은 냉기류다. 역대 올림픽이라면 주요국의 정상이나 정상급이 대표단을 이끌고 개막식이나 폐막식 현장에 와서 올림픽을 걸개로 경제, 정치, 안보 등 현안을 놓고 정상회담이나 이에 준하는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려고 한다. 트럼프, 푸틴은 불참, 시진핑은 중국 권력 서열 7인자를 파견하고, 아베는 계속 망건장수 꼴만 보듯 요리조리 보다가 오기는 오되 위안부문제 재협상이나 북 핵 연계 안보문제 등에는 할 소리 다하겠다고 자기네 집 안방에 앉아서 오기를 부리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남북을 둘러싼 강국들의 심사가 편치는 않은 징후가 보인다.
안으로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축도 있다.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걸치고 나서는 김정은에게 끌려가는 정부라는 비판도 있고, 급조 단일팀 밀어붙이기가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다는 볼멘소리도 작지 않다. 급히 먹으면 체한다고 조언도 한다. 평화올림픽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소리가 쟁쟁하다. 민주국민은 바둑이가 아니다. 작은 바늘로 살짝 찔려도 크게 아프고 마음이 찔리면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