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 제목은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제목만으로 많은 사람의 취향을 저격한 이 전시는 그 인기답게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로또 1등을 늘 준비하자” 등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옮겨놓은 것 같은 각종 문구가 적힌 공간들이 가득했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너도나도 전시 문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의 드는 문구 앞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참 유쾌한 전시였지만 기자에게는 다소 서글프게 다가왔다.
이 전시에는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른 현실에 요즘 청년들이 느끼는 패배와 좌절 의식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일반적인 노력으로 계층이동이 불가능해진 닫힌 구조와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경제적 양극화로 젊은이들에게 열패감과 절망감을 안겨주면서 ‘포기’하는 청년층을 양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의사가 없는 ‘니트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2000년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는 니트족은 지난해에는 48만3000명을 차지했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만 명은 청년층이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청년들은 사회로 진출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취업마저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옛날 속담이 있다. 과거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겪으면서 수많은 개천의 용들을 탄생시켰고, 노력만하면 초등학교 학력으로도 대기업 총수가 될 수 있는 사회였다.
이 말이 정말 ‘옛말’이 돼 버린 지금, 절망의 늪에 빠진 청년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려 다시 꿈꾸고 노력하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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