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원세훈 항소심 전후 靑과 교감 정황"
"법원행정처, 원세훈 항소심 전후 靑과 교감 정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1.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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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공정성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의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민감한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문건에는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심 재판 결과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는 등 청와대 동향을 법원행정처가 수집한 정황도 포함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는 사법행정을 놓고 논란 소지가 있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먼저 조사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서 당시 법원행정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특정 외부기관과 민감한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한 2015년 2월 9일을 전후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과 법원 내부에서의 동향 등을 정리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청와대가)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이에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간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은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며 "1심과 달리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임을 알림"이라고 기재돼 있다.

추가조사위는 이를 판결 선고 전에 외부기관의 문의에 따라 담당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여 알려주려 했다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원 전 원장이 2015년 2월 9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자 청와대가 당황하고 있다는 동향 정보가 문건에 적혔다.

문건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며 "민정라인은 '판결 자체에 대응 방법이 마땅한 게 없다'는 게 답답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죄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을 채근할 수 있겠으나 무죄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변호사를 채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라며 "게다가 민정라인은 당장 닥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더 급한 현안임"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면서 문건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함"이라고 내부 대응 상황까지 기록됐다.

이에 추가조사위는 "이는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문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의례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