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차가운 교도소에 수감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가 불기피해 보인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난 시간의 과오를 덮고 갈수는 없다는 의견이 여론을 뜨겁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2일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정원 고위 관계자로부터 이 전 의원이 직접 억대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때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이 전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검찰수사는 지난 12일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김진모 전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 압수수색과, 이후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이 나란히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검찰수사가 빠르게 진척됐다. 김 전 실장은 2011년 이 전 대통령 내외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국정원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달러를 받아 김윤옥 여사측 여성 행정관에게 건넸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친형인 이 전 의원까지 자금수수 의혹에 연루되면서 이 전 대통령 처지가 아주 곤욕스럽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했던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특할비 상납 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다스 실 소유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는 다스가 BBK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청와대와 재외 공관 등 국가 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은 다스가 120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각각 들여다보고 있다.
다스 수사는 최근 김성우 전 사장과 권모 전무 등 핵심 ‘내부자’들이 2007〜2008년 검찰과 특검 수사 때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실토하고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설립과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으면서 급진전되고 있다.
국정원의 광범위한 불법 정치공작 혐의와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의혹도 원세훈 전 원장이 자신의 혐의부터 부인하고 있고, 김관진 전 국방장관 역시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면서 수사가 주춤했다. 하지만 향후 핵심 관계자의 진술 변화 여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이후 좋지 못한 일에 연루되면서 ‘대통령 비극사’를 잇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서거했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반란죄로 옥고를 치렀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이 비리와 연루돼 수감생활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에 이어 아직 재판 중에 있다.
그러나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는 투명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단죄가 그저 ‘불행한 대통령’의 마침점이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