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1억원이 뛰었다는 강남 아파트에 거액의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1주일 만에 아파트 값 호가가 1억원 뛰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67조602억원으로 1년 새 99조8005억원 불어났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00조원 가까운 부동자금이 아파트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은행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실수요자인지, 투자자인지 아니면 투기꾼인지 구분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서 쏟아지는지 모를 현금을 싸들고 와서 집값을 뜀박질 하게 만든다.
정부는 21일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새로 발표했다. 부동산으로 쏠린 돈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약 40조원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개편방안의 핵심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라고 은행을 윽박지르는 대신에 가계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규제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우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계산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고(高) LTV’로 규정해 위험가중치를 최대 2배로 높인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주담대에는 35~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던 게 70%로 높아진다.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누는 예대율 산식도 바뀐다. 은행 예대율은 100% 이하여야 한다. 현재 똑같은 가중치를 가계대출은 +15%, 기업대출은 15%로 차등한다. 이렇게 되면 평균 96.8%인 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7.5%로 상승한다.
가계대출을 늘릴 때 은행이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도 도입된다. 금융위가 가계대출에 0~2.5%의 완충자본 적립을 결정하면 각 은행의 위험노출액에서 가계신용 비중을 적용해 추가 보통주 적립 비율이 정해진다. 이를 지키지 못한 은행은 이익 배당이나 상여금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 내년부터 도입된다.
보험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 제2금융권의 자본규제도 주담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저축은행은 LTV 60%를 넘는 고위험 주담대의 위험가중치가 은행처럼 70%로 높아지고, 보험사도 고위험 주담대의 위험계수가 2.8%에서 5.6%로, 신용대출 위험계수가 4.5%에서 6.0%로 오른다. 상호금융은 대출 잔액의 10~20%에서 자율적으로 운용하던 집단대출 비중을 취급 전 각 중앙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돈의 흐름을 기업대출로 유도할 방침이다. 가계대출로 흐르는 길목을 좁게 만들어 기업대출로 유입되도록 하디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각종 자본비율 규제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어떤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융업계 현장에서는 시중자금의 흐름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원인인 집값 급등을 잡지 못하는 한 자본규제의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는 공급(은행)이 아닌 수요(대출자) 때문이라는 인식전환은 반갑지만 자본규제 강화만으로는 자금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