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드맵 있는 수사 아냐"… MB "盧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檢 "로드맵 있는 수사 아냐"… MB "盧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1.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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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명박, '국정원 특활비 수수' 두고 신경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두고 검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날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간명하지만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획수사' 의혹을 적극 부인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검찰의 MB정부 국정원 특활비 의혹 수사는 17일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의 구속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을 구속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전날 같은 혐의로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특활비 총 4억원을, 김 전 비서관에게는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날 구속 후 처음으로 김 전 기획관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김 전 기획관은 카키색 겨울용 수의 차림에 수갑을 찬 채 굳은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에 더해 이 전 대통령의 옛 핵심 측근 인사들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2008년 4월, 5월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예산관을 시켜 1만원권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0년 청와대 기념품 관련 구매 비용이 모자라니 이를 국정원 돈으로 지원해달라는 김 전 기획관의 요구에 따라 특수사업비를 건넨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최근 검찰에 소환돼 국정원에서 자금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비 등으로 1억원가량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검찰 수사의 칼끝이 급속도로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들어서자 이 전 대통령 측에선 이번 수사가 오래전부터 기획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불법 자금의 전달 경위와 사용처, 혐의를 둘러싼 사실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수사 진행에 따라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 미리 기획하고 방향 잡고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로드맵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로드맵을 갖고 수사하는 건 아니다"면서 기획 수사 의혹를 단호히 부인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 측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측근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진행한데 이어 오후에는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이명박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차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게 분명하다"면서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을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최측근들의 구속에 성공한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날을 이 전 대통령에게 들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 경과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필요성과 시기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