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1987', 올바른 역사인식이 전하는 교훈
[기자수첩] 영화 '1987', 올바른 역사인식이 전하는 교훈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1.15 13: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서인 ‘조선상고사’를 펴내며 적은 문구다.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전파하고자 했다.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월 민주항쟁의 불꽃이 된 고(故)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그린 영화 ‘1987’이 개봉 후 국민적 인기를 끄는 현상은 어찌보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1987을 만든 장준환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까웠어요. 화가 나기도 했고. 6월 민주항쟁은 언급할 가치가 있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인데 왜 여태 영화로는 안 만들었는지 의아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분명 지금의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또 우리가 이를 잊고 있었던 동안 누군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국정을 쥐락펴락 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했다.

다행히 우리는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 다시금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대가도 컸다. 누군가는 눈물로, 다른 누군가는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물든 채 상처가 아물때까지 버텨야 했다.

만약에 우리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런 고통의 시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의 ‘1987 신드롬’이 반갑다. 박 열사가 억울하게 죽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현장의 상징으로 시민 곁에 두자는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해당 터에는 바닥 동판이 설치됐다. 이는 박 열사의 숭고한 희생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억지 해명을 했던 경찰이 31년만에 처음으로 추모에 동참한 것은 올바른 역사인식만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사회로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걸음이라는 생각이다.

6월 민주항쟁 외에도 우리에게는 역사가 남긴 상처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의 우리가 박 열사를 기억하듯 그 상처들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치유해 나가길 바란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