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태 스마트미디어부 부장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이 3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통상 청년층이라고 하는 34세까지로 보면 ‘그냥 쉬는’ 청년의 수는 당연히 30만명 보다 더 많을 것이다.
60만 국군장병 수의 절반 이상 되는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쉬었다’를 꼽았다는 것인데, 이는 실업과는 좀 다르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위한 준비활동이나 취업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에 해당된다. 말 그대로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이다. 또 청년실업률도 9.9%로 조사 이래 최고치다.
꽁꽁 얼어버린 청년 취업절벽에 취업을 포기했거나 실업상태의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데서 심각성이 더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니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그냥 쉬고 있는 것도 아닌 청년들이 있다.
바로 직장이 아닌 자신의 직업을 찾는 청년예비창업자들이다.
“한국 공무원 열풍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일을 찾는 청년이 줄어든다면 대한민국은 몰락 할 것이다.”
조지 소러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린 짐 로저스가 2016년 10월에 한 얘기다.
짐 로저스의 투자 원칙 중에는 ‘청년의 열정에 주목하라’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청년들의 열정이 꿈틀대고, 자신의 업(業)을 찾아 성공의 희망을 꿈꾸는 청년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의 홍대, 가로숲길, 망원동, 연남동 등 청년창업 사장들의 열정으로 살아난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청년 사장들이 내몰리는 것을 우리는 심심찮게 봐 왔다.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전통시장, 구도심 살리기에 청년창업자들의 도전을 지원했지만 슬슬 성과가 저조하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전통시장에는 청년상인 창업지원으로 3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으나 문을 연지 8개월 만에 14개 점포 중 5개 점포만이 남았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 내에 개점한 청년몰이 1년 만에 폐점한 사례도 있다.
구도심의 상권에서 청년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현상도 문제지만, 청년상인들의 창업지원과 아이템, 창업과정도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영국에는 ‘통후추 임대(Peppercorn Rent)’란 말이 있다. 19세기 무렵 영국의 지주들이 노는 땅을 통후추 몇 알에 농민들에게 임대해 주는데서 유래돼 ‘저렴한 임대료’란 의미로 사용된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공공자산 성격의 건물에 이주민이나 청년, 사회단체 등을 위해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사무실이나 점포를 임대해 주고 창업지원과 컨설팅까지 겸하는 경우가 있고, 여기에 ‘통후추 임대’라는 말이 사용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런던의 해크니협동조합개발회사가 있다.
해크니협동조합개발회사는 슬럼화된 구도심의 구청 소유 건물을 ‘통후추 한 알’로 넘겨받아 개발하고 입주자 심사를 통해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창업자들의 경영컨설팅까지 지원하고 있다.
협동조합, 공익신탁, 정부지원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결합되고 투명한 운영이 이를 가능케 했다.
우리도 청년상인들의 창업지원을 관주도로만 해 나갈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 공익신탁 등의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투명한 공익 운영주체를 육성해야 한다.
취업절벽시대에 많은 청년들이 도전으로 성공에 다가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과 환경이 조성되고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
/고재태 스마트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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