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30만1000명으로 2016년 27만3000명보다 2만8000명이나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청년층에서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2.9%에서 2017년 3.2%로 0.3% 포인트 높아졌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진학준비, 육아, 가사, 교육기관 통학, 입대 대기 등 장차 경제활동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는 사유도 있지만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이와는 꽤 거리가 멀다.
유럽에서는 교육·직업훈련을 받지도 않고, 취업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의미하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아마도 통계에서 ‘쉬었음’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이들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달성하며 본격적인 경제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수출과 생산, 소비 등이 개선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고용문제는 아직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3000명 증가해 정부의 월간 취업자 증가 목표치인 30만명에 못 미쳤다. 지난해 10월, 11월에 이어 연속 3달째 목표 미달이다. 특히 9.9%라는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원인이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차가운 고용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선 고용을 줄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신년 목표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재벌개혁을 지속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나왔다.
대체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속도와 균형에 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이 정착되면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일선에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1만원이 되려면 앞으로 2년간 두 자리 수씩 올려야 한다. 최근 영세 사업장에서 고용을 줄이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까지 다는 동안 수많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예상 가능하다. 결국 취약계층에게 그 기간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신년 목표인 ‘삶의 변화’가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다. 그 삶의 기반을 같이 만드는 일선에 기업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