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가 단절 된지 2년여 만에 물꼬가 트였다.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파견돼 올림픽 기간 대화의 장이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남북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북핵 문제 진전으로 이어지리라 낙관하긴 어렵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은 굉장히 신속하게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북은 평창에 선수단과는 별도로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등을 파견키로 했다. 사상 최대규모의 북한 방문단이 육로를 통해 오게 될 전망이다.
판문점 채널에 이어 남북 군의 ‘핫라인’ 재가동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로 평가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비핵화에는 북측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핵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남측의 입장에 북측은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등으로 남북 해빙이 지속될 기대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는 북미 핵미사일 문제까지 풀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측에서는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남북 대화가 그동안 미국 측의 압박이 효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 개발를 지속하고 고도화시키는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회의적인 시각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현실적 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시작이 반’이라 했다. 북한의 비핵화까지 가기에는 사실 어렵다는 걸 전제로 당분간은 대화를 지속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이 그동안 전쟁 먹구름만 가득했던 한반도에 적어도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이 타결 되고 실제로 실현되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중국 정부도 표면적이지만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한반도 긴장 완화에 좋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비핵화 협상까지 험로가 예상되지만 북한이 다시 대화로 돌아섰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 민족이 함께 풀어야 문제들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간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남북이 차기 회담 일정은 잡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한다는데 합의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의 창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 문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에 이어 통일로 가기 위한 한반도 평화 정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