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영어수업 금지… 학부모 거센 반발
영·유아 영어수업 금지… 학부모 거센 반발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01.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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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억제 규제가 오히려 사교육 키운다"
'규제 앞서 공교육 내실화 선행 필요성' 주장도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교육부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학부모들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난관에 부딪혔다.

정부는 일단 규제에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영어 공교육의 규제 자체보다 내실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일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이 교육부의 이번 방안에 우려를 표하며 정책 연기를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한 위원은 “현장에서의 준비나 합의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대안에 대한 학부모들과의 충분한 합의 없이 바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초에 교육부는 대다수의 영·유아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영어 조기교육으로 '놀 권리'를 빼앗기고, 사교육 열기가 더욱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번 정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유아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유치원의 46.3%가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미술(40.0%)이나 한글(9.2%), 수학(7.2%) 등 타 과목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또한,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이번 규제는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이미 초등학교 1~2학년에 대해서는 지난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되면서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3월부터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1∼2학년은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면서 유치원은 그대로 두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번 규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영어를 접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욱 학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어 등의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을 포함한 공교육의 내실화가 먼저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달 말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아 영어학원 규제안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학원에 기대지 않더라도 진학이나 취업에 불리하지 않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 전문가들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유예기간을 두자는 현장의 의견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