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201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종료됐다. 나흘간 일정으로 대학별 원서접수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유독 눈치작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 절반 이상이 마감일 공개되는 경쟁률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면서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까지는 전문대학의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이어진다. ‘입시전쟁’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실질적인 최종 경쟁률은 집계가 돼봐야 알겠지만 한 입시업체의 사전 조사에 따르면 정시 원서접수 마지막 날 종료 직전까지 경쟁률을 지켜본 뒤 지원하겠다는 수험생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별로는 인문계열이 59.3%, 자연계열은 54.7%에 달한다.
절반 이상의 수험생들이 ‘눈치작전’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합격하고 싶어 하는 대다수 수험생들의 마음은 백번 이해할 수 있다. 소위 소신 지원을 해서 당당히 합격할 수만 있다면 이야 금상첨화겠지만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라도 한다면 또 다시 1년을 입시지옥에서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 1주일 연기라는 사태까지 겪어야 했던 아이들의 12년 공식적인 교육기간에 대한 성취도가 대학입시 한번으로 평가되는 세태가 눈치작전을 부추기지는 않았나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더 이상은 ‘결과 보다는 과정의 아름다움’ 같은 미덕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전년도 수능보다 떨어졌다는 점이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 당국이 과목별 난이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서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철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수시와 정시 등으로 나누어진 복잡한 대학입시가 눈치작전은 물론 각종 부조리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불평등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강남의 한 고3 학부모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가는 방법이 3000가지가 넘는다”고 말한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듣고 넘기기에는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아이의 대학입시를 결정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의 대물림도 부족해 이제 교육에서도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 속에서 아이들은 혼란하다. 여기에 자신들의 정치 논리에 따라 제도를 재단하는 것을 넘어 특정세력의 이해에 따라 예외 조항을 둠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편법이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편법이나 탈법이 아예 발붙일 수 없도록 투명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이 발견됐을 때는 초고강도 처벌로 아예 불법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100년 뒤를 기약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적폐청산’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어쩌면 가장 시급한 것이 ‘교육 적폐 청산’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