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남북 당국 간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우리측 지역 자유의 집에서 열린다.
남북 당국이 회담장에 마주 앉는 것은 2년여 만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첫 자리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 메시지가 이어졌고, 남측의 회담 제의와 북측의 수용, 대표단 명단 교환까지 회담준비 전 과정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날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한의 평칭올림픽 참가가 주된 의제지만 일촉즉발의 한반도 정세를 풀어내기 위한 남북관계 개선방안도 회의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고조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한반도 전쟁설’까지 대두되던 게 지난 연말이었다. 해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이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사실 새해벽두부터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남북 고위급대화가 성사되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시선이 이번 회담에 쏠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남북회담을 100%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남과 북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번 회담이 한반도 위기를 풀어낼 계기로 기대하면서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지기를 원한다는 반응이다.
이날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북한선수단 입국 경로와 개·폐식 때 공동입장 여부 등 실무에 관련된 주요 의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 성사가 남북 두 정상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는 평가를 전제하면 남북이 크게 부딪칠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회담장에서 이어가서 남북한 관계개선이란 좋은 결실을 맺느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담의 의제가 ‘평창’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옮겨가면 어느 하나 진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의했던 군사당국 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등을 다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도 내놓을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회담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 정부는 회담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수긍하지는 않겠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의 논리를 확인하고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북미대화나 비핵화협상으로 이어질 여지를 타진해 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루겠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이번 회담은 얽히고설킨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추가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뒤 분야별 후속회담을 이어간다는 전략이이다. 국민의 기대도 정부를 믿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