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들은 2018년 새해를 불과 4일 앞둔 지난달 28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94명 경비원 전원을 해고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고랭지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새해부터 껑충 뛴 임금에 걱정이 많다.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아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임금도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숙련도도 떨어지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데 굳이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지 고민이 크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나 상승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사회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보다 촘촘한 시행계획이 뒤따라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량 해고를 단행한 사업장에서부터 성과급 등을 없애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을 맞추려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희망과 계획에 들떠있어야 힐 새해 벽두에 해고 통보라는 ‘날벼락’을 맞은 근로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부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업주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편의점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업주들은 그들대로 벼랑 끝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점주가 직접 일을 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력부족이 심각한 농어촌 특성 상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하던 잠자리와 음식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을 검토하는 농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 이탈을 우려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농축산어업에 배정된 인원은 전체의 18%인 9200여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농협중앙회의 201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매년 농촌지역 사업장을 이탈하는 근로자도 3000여명에 이른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서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응답자의 72%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보였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오히려 구직이 힘들어지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기대나 만족보다는 우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여기에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조차도 보안요원 등을 중심으로 한 해고 소식이 들려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정부에서도 긴급하게 현장 점검과 대책회의에 나섰다. 부랴부랴 정부가 나선 것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 초기부터 제기된 큰 폭의 최저임금이 대량 해고를 부를 것이라는 ‘역풍’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책은 이상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크고, 또 예상 못한 변수들이 언제든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기준도 문제다. 정책 수립 초기 단계부터 더 많은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