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인상이 찌푸려지는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강원도 강릉 경포119안전센터 앞마당에 해맞이객들이 세워놓은 차가 소방서 앞 차고까지 가로막아 출동한 소방차가 바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119안전센터 안에는 예비 소방차량이 1대 있었고, 만약 인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면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소방대원들은 불법 주차된 차량의 운전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고, 30여분을 허비한 끝에 차고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이 온라인에 떠돌면서 수백개의 악플이 도배됐다. 제천 참사를 겪어놓고도 변하지 않은 시민의식을 꼬집는 아프지만 맞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분명 남다를 것이다. 개개인마다 새해를 보며 자신의 소망을 빌었을 그 시각, 잠시 망각했던 주차 행위로 하마터면 큰 재앙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
또한 화재진압 과정에서의 불가피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소방관 개인이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파손물건에 대해 배상해줘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나섰다. 말도 안되는 관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극에 달한 분노는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소방당국은 개정 소방기본법이 시행되는 오는 6월 27일부터 긴급 출동에 장애가 되는 주정차 차량에 적극 대응한다고 밝혔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해 분초를 다투는 소방차 통행을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제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훼손해도 보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금 늦은 시작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이번 시행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낳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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