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사안'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 미일 '회의'·중러 '환영' 분위기
남북이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으로 본격 대화협상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가 주목된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이날 오전 9시30분경(평양시 9시) 개시통화를 했다.
다만 이날 현재까지 구체적인 회담 논의가 오간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가장 큰 관심은 어떤 형식의 회담이 이뤄질 것인가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넘어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실무회담이냐, 고위급회담이냐에 따라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도 달라진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것은 고위급 당국회담이다.
다만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3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에 의제를 한정하는 듯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우리가 제안한 대로 고위급 당국회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열릴 가능성도 있다.
고위급 회담이 열려 장관급이나 차관급 수석대표가 회담 테이블에 앉게 된다면 평창올림픽 참가를 넘어 그간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오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측은 지난해 7월 제안했던 적대행위 중지와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문제가 우선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를, 우리 측은 북한의 비핵화 등 남북 양측이 부담스러워하는 사안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남북의 대화 재개가 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우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남북한이 연락망을 복원하기로 한 데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남북대화에 직접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으면서도 반기지는 않는 모양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만나서 웃고 사진 한 장 찍는 임시방편은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헤일리 대사의 이런 언급은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을 겨냥한 '핵단추' 발언을 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유화 제스처에 대해 한미 분열을 겨냥한 이간질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최종적으로 미국과 직접 대화로 체제보장을 얻으려는 수단"이라고 지적했고, 아사히신문은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관계 개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과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상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는 것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것도 지지한다"면서 남북 접촉을 반겼다.
러시아는 공식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어왔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