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양 유기사건 현장검증… "폭행했지만 살해 안했다"
고준희양 유기사건 현장검증… "폭행했지만 살해 안했다"
  • 송정섭 기자
  • 승인 2018.01.04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대·시신유기 등 재연…"아이에게 미안하고, 반성하고 살 것"
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고준희(5)양 유기 사건의 현장 검증이 4일 오전 이뤄졌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친부 고모(37)와 내연녀 친모 김모(62)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경찰 승합차를 타고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씨 내연녀인 이모(36)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먼저 회색 패딩 점퍼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씨가 호송 차량에서 내리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고씨를 향해 “살인자다. 얼굴을 공개하라”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은 이날 고씨의 진술이나 증거가 일치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씨가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자택에서 딸을 폭행한 전반적인 과정을 재연하도록 했다.

이에 고씨는 주방에서 30㎝ 자를 들더니 “지난해 1월 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다.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자로 등과 엉덩이를 때렸다”고 말하며 준희양을 대신한 마네킹을 자로 수차례 때리는 상황을 재연했다.

또 지난해 3월 말 끼니를 제때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양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모습도 재연했다.

고씨는 이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준희양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차안에서 인공호흡을 한 뒤 준희양을 김씨의 집으로 데려가 아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까지 연출했다.

고씨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준희를 차에 실었는데 이미 숨진 뒤였다”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약 20분간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이 끝난 뒤 고씨는 “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 할말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미안한가’라는 질문에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부분”이라면서도 “아이를 폭행하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고준희(5)양의 친부가 4일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준희 양의 시신을 대신해 인형을 묻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고준희(5)양의 친부가 4일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준희 양의 시신을 대신해 인형을 묻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고씨는 이어 준희양을 유기한 군산시 내초동 야산으로 이동해 준희양의 시신을 김씨 트렁크에서 밖으로 옮기 뒤 삽으로 땅을 파고 묻는 장면을 재연했다.

검증 도중 ‘시신을 유기하는데 얼마냐 걸렸느냐’는 경찰 질문에 고씨는 “3~4시간 정도 걸렸다”며 “시신을 다 묻고 나서 (내연녀의) 어머니에게 다 묻었다고 전화하고 산에서 내려갔다”고 답했다.

내연녀의 친모인 김씨는 “(준희양) 신고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 암묵적으로 아이를 유기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고씨가 선산 이야기를 해 이곳에 숨진 준희양을 묻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날에 인형을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준희양이 죽은 날 인형을 사와 노잣돈과 함께 넣어줬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는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대로 범행을 재연했다”면서 “사망 원인과 아동학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송정섭 기자 swp2072@hanmail.net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