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신년특집] ‘진퇴양난’ 韓 자동차산업…“인도 시장 잡아라”
[2018신년특집] ‘진퇴양난’ 韓 자동차산업…“인도 시장 잡아라”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8.01.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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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시장 선점 ‘촉각’
현대차, 다양한 전략차종 등 현지화 전략
기아차, 현지 공장 건설…유럽수출기지로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내수·수출 부진으로 ‘역대 최대 위기’를 맞으며 휘청했던 한국 자동차산업의 올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올해에도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입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내수 판매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편집자 주>

올해에도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우디·폭스바겐의 등장으로 내수 판매 경쟁은 더욱 격화될 양상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노사 갈등과 한미 FTA 개정 등도 올해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지난해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점차 수그러들 전망이지만 미국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정체로 눈에 띄는 해외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달러와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해외 판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공략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 시장전망은 여전히 ‘먹구름’

지난달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8년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내수시장은 지난해 수준인 18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내수시장은 국내 경제성장과 실업률 개선, 노후차 증가에 따른 잠재 교체수요 확대와 업체들의 신차 출시를 통한 마케팅 강화,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자 확대 등 호재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중소형 경유승용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따른 차량 가격 상승,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 기저효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유류가격 인상 등 부정적인 요소도 산적해 올해에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수출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 가능성과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산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 등 악재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7만대로 전망했다.

또 국내 완성차 생산은 내수와 수출의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1.4% 감소한 410만대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내수판매 전망.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내수판매 전망.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수출 전망.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수출 전망.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 ‘무서운 성장세’ 인도 시장

그동안 세계 자동차시장을 이끌어온 미국과 중국 시장이 주춤하자 업체들은 대안으로 떠오른 신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 인구대국으로 인구가 13억명에 달하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1000명당 800대), 일본(600대), 한국(400대), 중국(140대)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지난 2016년 기준 인도의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295만대에 불과했지만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이어 오는 2023년까지 매년 6.9% 성장해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인도는 자동차 산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100%를 허용하는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과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다. 또 인도의 평균임금(시간당 0.9달러)은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해 생산거점으로도 유리하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가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에서 판매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인도 첸나이에 공장 2곳을 운영하며 연 65만대 이상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500억 루피(약 8780억 원)를 투자해 8개의 신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인도 내 생산량을 오는 2021년 100만대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재 인도 시장에서 i10, i20, 크레타, 베르나 등 다양한 전략 차종을 판매하면서 이미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며 “최근에는 택시 전용 브랜드인 엑센트 프라임 CNG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힘입어 연말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기 차종을 대상으로 한화 100만원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인도 신형 ‘베르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인도 신형 ‘베르나’. (사진=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역시 최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 지역에 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다. 약 11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들여 216만㎡(65.5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인도 현지 공장을 통해 기존 현대차 첸나이 공장과의 시너지를 내고 유럽·중동 수출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쌍용자동차는 관세 문제 등으로 인도에서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회사인 마힌드라에 티볼리의 플랫폼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을 꾀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저가 소형차에 집중하고 쌍용차와는 고급 SUV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1위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제휴해 인도 내 전기자동차(EV) 보급 확대에 나섰다. 이번 협업을 통해 우버의 플랫폼을 탑재한 마힌드라 전기차를 판매한다. 먼저 수도 뉴델리와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이어 순차적으로 판매 도시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글로벌 업체들도 인도 시장 투자 계획을 세우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마루티-스즈키는 최근 7억8000만달러(약 876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세 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다. 완공될 경우 스즈키의 현지 생산 능력은 연간 225만대 규모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또 닛산은 새로운 브랜드 ‘닷선(Datsun)’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오는 2021년까지 8개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도요타도 자회사 다이하쓰와 새로운 합작회사를 설립해 신모델을 개발한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 역시 내년까지 인도 현지 생산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6종 자동차와 8종 상용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약 20년 전 인도 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이후 재진출을 다시 결정한 것이다.

아울러 독일 럭셔리 자동차 업체들도 인도 현지 부품조달을 확대하는 추세다. BMW는 과거 20~30%에 불과했던 인도 부품조달율을 최근 50%까지 높였으며 벤츠도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다.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3사는 현재 인도 시장에 23개 모델을 판매 중이다.

중국 업체들도 인도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 창청(장성)자동차 등이 각각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가진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인도는 향후 5년 내에 생산은 물론 소비 또한 중국을 압도하는 자동차 시장이 될 전망”이라며 “고급 자동차 브랜드까지 잇따라 인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브랜드도 차별화된 현지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자동차 대중화가 본격화될 경우 1000만대 이상의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며 “이는 글로벌 경쟁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