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두고 연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옷깃을 여미어도 차가운 칼바람이 들어온다. 몸만 추운 게 아니다.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취약계층을 도울 사회의 온정도 차갑게 식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범국민 모금운동인 ‘희망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지 37일째인 지난 26일까지 모금액은 2085억원으로 목표액 3994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
목표액의 1%가 채워지면 1도가 오르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52.2도에 머물러 지난 3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기부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캠페인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달 31일까지 진행되는 캠페인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 849명을 대상으로 ‘기부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 10명 중 8명 정도는 기부에 참여했고, 연간 평균 16만1000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6.8%는 기부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77.9%가 ‘올해 기부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기부 이유로는 74.5%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기부를 통해 나눔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16.8%)와 ‘연말정산을 위해서’(3.4%)가 뒤를 이었다.
반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가 60.7%로 제일 많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는 답변도 39.3%를 차지했다.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아직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해 보인다. 단지 상황이나 형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기부에 인색해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이나 희소병을 앓는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챙겨 갖은 악행을 벌인 이영학 사건은 그나마 남아있던 작은 사회의 온정마저 배반했다.
기부의지가 꺾인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국정농단 과정에 기업이 연루되면서 기업의 기부 노력이 부정부패와 청탁, 대가성 뇌물의 방법으로 의심받게 된 것이다. 기업이 해마다 해오던 사회공헌도 무슨 저의가 있는 것처럼 의심하는 눈초리 때문에 움츠러들게 된 것이다.
올해의 최대 화두는 ‘적폐청산’이었다. 아직 미완의 과정이니 내년에도 적폐에 대한 심판은 계속될 것 같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 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수조건이다. 당연히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폐를 정확히 가리는 잣대도 중요하다. 지난날의 관행이나 풍습이 새롭지 않다고 단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불우이웃이나 취약계층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나 행동은 절대 의심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