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세상이 떠들썩하다.
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고 자부하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허무는 일로 간과해 서는 결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는 당장의 눈앞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나라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으로. 이대로 방치한다면 10년, 20년, 30년 아니 그 뒤의 상황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을 보면 2015년 기준 아동학대는 아동 10만명당 총 130.7건으로 2012년(66.1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학대 유형 중에는 온갖 학대가 함께 이뤄진 중복 확대가 45.6%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17.5%), 방임(17.2%) 등이 뒤를 이었다.
2012~2015년간 방임 비율은 26.8%에서 17.2%로 낮아졌지만 신체학대 비율은 7.2%에서 16.1%로 상승했다. 아동학대가 일회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58.1%로 가장 많았지만 거의 매일 발생하는 경우도 17.9%에 달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부모인 경우가 79.8%(2015년)로 가장 많았고, 연령대로는 30~40대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대리양육자인 비율도 2011년 8%에서 2015년 12.2%로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3살 아들을 상습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아버지와 의붓어머니 구속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이 졸려 질식한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놨다. 아이의 부모는 경찰에서 아이가 사망하기 전 목에 개 목줄을 맨 뒤 기둥에 묶어 놨다고 진술했다.
1년간 삼남매를 학대한 계부와 친모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은 11살 아들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내쫓거나 대나무로 폭행하는 등의 학대를 일삼았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동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성장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잘못된 폭력의 전달자가 될 수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아동학대는 세대 간에 전달되고 대물림된다는 이차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힘이 약하고,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동이 학대당하는 수가 늘어난다는 건 그 자체가 치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고, 사고와 행동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선진사회 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회의 무관심과 안전망 미비로 어린 생명이 학대를 받는 안타까운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일 것이다.
미래가 우리 자녀들에게 달려 있다면, 결국 미래를 여는 열쇠는 일차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있다.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이 살아갈 환경에서 스스로 자기 앞길을헤쳐 나갈수 있게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준비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임과 동시에 나라의 미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아동학대와 관련한 문제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더는 학대의 그늘에서 멍들고 신음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김종학 사회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