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설경기 '진퇴양난'…안팎으로 답답한 1년
내년 건설경기 '진퇴양난'…안팎으로 답답한 1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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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 위축에 건설투자 증가율 1% 아래로 '뚝'
해외로 눈 돌려봐도 이렇다 할 호재 찾기 어려워
전문가 "호황기 막 내려…리스크 관리 치중할 때"
주택·건설 관련 연구기관들은 내년 주택 및 SOC 분야의 위축으로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사진=신아일보DB)
주택·건설 관련 연구기관들은 내년 주택 및 SOC 분야의 위축으로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사진=신아일보DB)

최근 몇 년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배를 불려왔던 국내 건설사들이 내년에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과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의 위축으로 올해 7%대를 기록한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에는 1%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 봐도 중동지역의 경기 위축과 국제 정세 불안 등 리스크에 비해 호재로 삼을 만한 요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호황기가 끝났다며 내년에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내년 국내 건설수주 최근 4년 중 최저로

26일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7.2%(잠정치) 보다 대폭 축소된 0.4%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내년 건설투자는 SOC 예산 삭감으로 토목부문이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축부문도 둔화되면서 최근의 증가세가 비교적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대부분의 주택·건설연구기관들은 내년 국내 건설산업이 주택 및 SOC 분야를 중심으로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달말 발표한 '2018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주택매매거래가 올해 총 거래량 93만건(잠정치) 대비 8% 가량 줄어든 85만건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거래량은 작년 105만건 보다 12% 정도 줄어든 것으로 주택거래량이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내년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주택공급여건 또한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택지가 고갈되고 사업자 보유물량이 소진되면서 인허가와 착공, 분양 물량이 각각 9.9%와 14.5%, 10.3% 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준공물량은 기존 활발히 진행된 분양의 영향으로 올해 보다 10.3%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역시 지난달 발표한 '2018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15% 감소한 133조원에 그칠 것이란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올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수주 감소세가 내년에도 지속돼 지난 3년간의 호황기를 끝내고 최근 4년 중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수주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민간주택수주 급감과 공공수주 위축을 꼽았으며, 이같은 하락세가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후퇴국면에 집입하기 시작한 건설투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2019년 중에 불황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경착륙 방지를 위해 부동산 대책 수위 조절과 민자사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며 "건설사들도 지난 3년 간의 호황기가 끝나고 향후 빠른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주잔고 확보와 불확실성에 대한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단지 견본주택에 전시된 단지모형.(사진=신아일보DB)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단지 견본주택에 전시된 단지모형.(사진=신아일보DB)

◇ 해외수주, 올해보다 나아지면 다행

해외건설협회가 운영하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약 290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작년 수주액 282억달러 보다 약 3% 증가한 것이지만, 지난 2006년 165억달러를 수주한 이후 11년 동안 두 번째로 적은 규모다. 2014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시아와 북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작년 보다 수주가 줄었다. 그나마 중동 수주가 36.3%가량 늘어나면서 전체 수주액이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문제는 이 처럼 위축된 해외수주가 내년에도 특별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중동 수주에 절대적 영향을 미쳐왔던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현재 배럴당 50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컨설팅 회사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Roubini Global Economics)는 내년 WTI 가격이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소폭 오른다 해도 중동 수주가 당장 활발히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 상승이 국내 건설사의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절대적인 시차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현재는 유가가 올랐다고 해서 중동 쪽에서 발주량을 늘리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발언을 내뱉으면서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하면서 금융지원이 본격화 되고, 인프라 수요가 풍부한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가들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내년 국내 건설경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도 해외쪽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해외시장의 경우에도 확실한 호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올해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