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에 발목 잡힌 현대차그룹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에 발목 잡힌 현대차그룹
  • 이한별·김성욱 기자
  • 승인 2017.12.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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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 모기업 부진에 ‘휘청’
현대차 “계열사의 매출 의존도 감소 방안 고민 중”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신아일보DB)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신아일보DB)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랑이자 근원적 경쟁력으로 꼽히던 수직계열화가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 부진 탓에 주요 부품 계열사의 도미노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글로벌 시장 포함 누적 영업이익이 8.9% 감소한 3조7994억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327만506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누적 영업이익이 81.4% 줄어든 3598억원, 판매량은 6.1% 감소한 201만1392대를 나타냈다.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지난 3월부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 확산이 확산되고, 미국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며 판매 부진을 겪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뿐만 아니다. 일각에서는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고전하자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의 부품 계열사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현대위아가 생산한 부품과 현대제철 강판으로 차를 조립해 완성 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통한 생산·판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품 수급과 원가 경쟁력 등에 강점이 있지만 완성차 판매가 부진할 경우 계열사 전체로 타격이 미치는 구조다.

실제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현대위아 883억원, 현대모비스 1조7055억원, 현대제철 1조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4%, 23.3%, 1.6% 감소했다.

특히 현대기아차 매출의존도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대위아의 부진이 가장 컸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매출 비중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현대기아차 실적에 따라 현대위아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기존 현대위아의 판매 부품은 PTU(전륜 자동차 부품)이 주를 이뤘는데 올해 5월부터 ATC(후륜 자동차 부품) 등을 양산하는 등 구동 부품의 라인업을 다양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매출 가운데 기업 납품이 85%에 달하며 이 중 현대·기아차 비중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사드보복 등 중국 시장에서 많이 고전한 것이 실적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결국 현대기아차가 내수·수출 등 실적 호황을 바라는 수밖에 없으니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동차 강판 매출 비중이 30%에 그치는 현대제철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현대제철은 건설 등 중장비가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 주문자위탁생산(OEM) 수출 등 글로벌 고객사를 다양화를 통해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 자동차 강판 중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따로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놓고 봤을 때 자동차 강판 30%의 비중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이 같은 영향을 조금 덜 받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를 다양화해 수출을 늘리는 등 다각화를 하는 방법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의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며 "각 계열사 별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