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농자재 쿠폰, 지역농협 독점 '논란'
영광군 농자재 쿠폰, 지역농협 독점 '논란'
  • 박천홍 기자
  • 승인 2017.12.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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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6억 중 85.5% 점유… 영세 농자재 업체 설 자리 잃을라

영광군이 추진 중인 농자재 무상 지원사업은 농업인들이 고품질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농자재 쿠폰을 농가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무상 지원을 위한 쿠폰을 지역농협이 독점하면서 영세 농자재 업체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져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라는게 지역 농업인들의 지적이다.

21일 영광군 ‘벼 육묘용 농자재 지원사업 업체별 보조금 집행실적’에 따르면 2015년 5141농가 13억6582만원, 2016년 4959농가 16억3693만원, 2017년 4873농가 15억9748만원 등 최근 3년간 총 46억24만원의 농자재 쿠폰이 농가에 지원됐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집행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광농협이 34%를 점유하는 등 4개 지역농협들이 전체 보조금 46억 중 81.5%인 37억5007만원을 독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2015년의 경우 13억 중 77%인 10억5145만원을, 2016년에는 16억 중 81.4%인 13억3206만원을, 올해는 16억여원 중 85.5%인 13억6655만원 등 점유율도 점점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5곳에 달하는 지역 내 영세 농자재 업체들은 최소 0.1%인 114만원부터 최고 3.1%인 5015만원까지 3년간 총 8억5016만원(18.5%)만을 수주했다. 이는 업체당 한해 평균 1.2%인 1889만원에 불과하다.

지역 내 다양한 농자재 업체를 이용토록 한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농자재 쿠폰이 지역 농협에 치중된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홍보 등을 강화해 농가 자율성을 최대한 주면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농자재 쿠폰의 농협 치중 현상이 쿠폰을 마을 이장이나 영농회장 같은 대표들에게 대신 전달토록 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년 전 마을이장이 일괄 수령한 쿠폰으로 특정업체 제품을 구입해 나눠주거나 농협에 수백만원 상당의 쿠폰을 몰아줬다가 적발돼 언론에 보도된 사례도 있다.

이후 군은 해당 쿠폰을 몰수하고 방지책을 세웠지만 일괄수령, 몰아주기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 지역 농업인들의 중론이다.

지역 농업인 A씨는 “농약사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마을대표가 쿠폰을 농협에 맡겨두면 농협과의 관계 때문에 되찾아오기 껄끄럽다”며 “읍면사무소에서 직접 수령 할 수 있게 만들던가 농협과 업체 간 품목을 지정해 구매할 수 있게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최근 3년간 군비 46억여원이 농민들에게 보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부 농민들은 이 쿠폰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며 “보조금 집행에 있어 행정의 관리 감독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영광/박천홍 기자 c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