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2017년 정유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일 연말이나 연초라는 구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어떠할까? 평생의 시간을 년, 월, 주, 일의 단위로 세분화해 구분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아득함에 숨이 막힌다.
연말이 있어서 1년의 시간을 마무리할 수가 있으니 고맙다.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겠다. 고맙거나, 아쉽거나, 화가나는 일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매듭짓고 새로운 마음으로 오는 시간을 맞이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매듭을 짓는 법을 안다. 내년이라고 해서 올해를 리셋하고 백지에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이어받아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냉험한 현실을 직면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큰 덩어리를 통째로 다루려 한다면 그 무게에 짓눌려 천하장사라도 얼마 못 가서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기에, 작게 나누어 매듭을 짓고 지금 현실에 충실해야만 한다.
시간에 매듭을 만드는 것은 평가하고 계획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계획이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평가는 과거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평가는 인기가 없다. 아무리 평가하는 방법을 개선한다고 해도 평가 그 자체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듯 지나간 어제를 살펴보고 교훈을 얻음으로써 변화하는 미래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올바르게 평가하는 법을 알고 적용한다면 좀더 긍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고 우리를 보다 건강하고 보다 유능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여기 그 세 가지 지침을 소개한다.
평가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지침은 평가의 기준의 선정하는 데에 있다. 가장 흔한 실수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평가 방식에 가장 익숙해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평가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행복감을 주고 절대 다수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서로를 소외시키고, 실패감을 주기 때문이다.
올바른 평가 기준은 내가 수립했던 목표들 혹은 계획들이면 좋다. 연초에 특별히 계획한 것이 없었더라도 좋다. 문서로 작성해 놓은 것은 없었을 지라도 마음 속 깊이 어떤 바램 등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내가 올해 기대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
두 번째 지침은 잘한 것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평가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사회 시스템이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삶을 평가할 때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가장 행복한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중요하고 보람된 일들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찾아보아야 한다. 찾다 보면 의뢰로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 번째 지침은 균형있는 접근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가지로 구성돼 있지 않다. 대략 꼽아보아도, 직장 혹은 사업, 가족 그리고 친구, 몸과 마음의 건강, 여가와 개인만의 시간들, 사회적인 관계들과 기여, 학습과 성장, 그리고 재정의 건전성 등이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영역들이 무엇인지 선택해보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용기있게 무엇을 잘했는지, 감사할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라. 절대로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잘못한 것을 먼저 찾지 말라. 그것은 한해를 수고한 스스로를 칭찬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잘못된 평가는 자신감 결여와 방어적 태도를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평가를 잘하고 나면 의욕이 생긴다. 동기부여가 된다. 특히 평가를 잘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배우고 학습하는 바가 많아진다.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자연스럽게 수립된다.
연말이다. 누구에게 평가를 받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해를 돌아보고 매듭을 짓는 지혜로운 시간을 갖자.
/김승중 CODE 어세스먼트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