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1월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주거복지 로드맵의 핵심은 임대주택 공급확대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5년간 임대주택 85만 가구, 공공분양주택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특히, 임대주택공급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을 표방하고 있으며 임대주택공급 문호를 넓히면서 진입문턱은 낮춘다는 계획이다.
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 서민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 주거시설을 가리킨다. 건설 주체에 따라 크게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으로 나뉘며 그 안에서 다시 직접 지어서 공급하는 건설임대주택과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그리고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전세임대주택 등으로 나뉜다. 또한 정부의 재정을 지원해 저소득층이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도 있다. 이렇게 임대주택에 대한 명칭이 많은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너도나도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공급 정책을 내 놓은 결과다. 그런데 임대주택은 과거에는 주택의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공급되었으나 이제는 임대주택도 기능적인 측면 즉, 질적인 측면에서 많이 고급화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소득수준이 낮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이들은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를 한다. 특히, 임대주택공급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공급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한 전세보증금과 월세만 내고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청년층은 물론 신혼부부, 고령층, 저소득층 등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문재인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
과거에는 임대주택이 소형 중심의 공급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경우 기존 전용면적 20~30㎡대 원룸구조에서 40㎡대 방이 2개인 구조로 바뀌고 있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한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이 40㎡가 넘는 아파트도 나타나고 있다. 신혼부부가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최장 10년 이상 거주 할 수 있으며 단지 내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85만 가구의 임대주택이 모두 공급된다면 주택시장은 임대주택시장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
임대주택에 관심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라면 영구임대주택이 제격이다. 영구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장가격의 30% 이하 수준이며 자격 요건만 유지하면 거주기간도 제한 받지 않는다. 그리고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70% 이하 무주택자라면 국민임대주택을 생각해 볼만하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역시 시장가격의 60~80% 수준에서 공급한다. 또한 최장 3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임대주택이나 다름이 없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지하철역 인근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임대주택 유형이다. 전용면적 45㎡ 이하 소형 주택이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시장가격의 60~80% 수준이다. 다만, 입주조건이 까다롭다. 우선 자산이 일정금액(신혼부부 2억1900만원, 대학생 7500만원, 사회초년생 1억8700만원 이하) 이상이면 한 번 당첨되면 재 청약은 불가능하다.
공공임대주택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역시 주변 시장가격의 90% 수준이며 임대 의무기간 5년 또는 10년이 지나면 분양 전환해 세입자가 우선 분양받을 권리가 있어 장점이다. 매달 월세가 부담스럽다면 장기전세주택이 좋다. 전세금이 주변 시장가격의 약 80% 수준인데 임대기간은 최장 20년이다. 전용 60㎡ 이하의 경우 무주택자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면 가능하고 부동산 자산이 2억155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소득이 높은 유주택자라면 중산층 주거 안정 목적으로 도입한 중대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를 노려볼만하다. 뉴스테이는 아무런 자격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시장가격과 같지만 8년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대형 주택을 공급하는 뉴스테이도 시장가격보다는 다소 낮은 임대료와 좋은 임대조건 때문에 인기가 있는 편이다.
최근의 임대주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민간주택에 비해 품질이나 입지조건이 떨어진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류도 다양하고 입주 조건도 제각기 까다로워 선택의 폭은 넓지만 선택시 어려움도 많다. 그래서 정부는 향후 임대주택 종류를 정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디자인 혁신을 통한 부정적 이미지도 개선한다고 한다. 특히, 판상형 편복도 아파트로 획일화, 고착화된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특화설계를 지속 추진하고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 연례화를 통해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공공부문에 의한 주거디자인 선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고층 임대아파트에서 다세대,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비도시 지역의 저층 타운 하우스형 임대주택까지 다양한 주택유형에 대해 대형설계사, 소형 아뜰리에, 신진건축가 등 설계주체의 아이디어 공모와 설계 참여를 도모하고 주거복지 로드맵의 실현을 통해 청년취업에서 결혼, 출산,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마련하여 세대간, 계층 간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소외됨이 없이 골고루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좋은 계획이 꼭 실천되기를 바란다. 특히, 주택이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이때 국민들도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해야 할 때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