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사고는 진정 막을 수는 없는 것인가. 타워크레인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고층 건물이나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들이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40분께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지브(붐대)가 꺾이면서 마스트(기둥)와 충돌, 작업자 1명이 건물 18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다른 작업자 4명은 경상을 입었다. 또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의 중간지점(64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쓰러져 근로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이날 오전 인천 중구 오피스텔 공사장에서도 크레인이 넘어져 1명이 부상했다.
앞서 10월에는 의정부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둥이 부러져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여기에다 지난 5월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이 서로 출동해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타워크레인 운전자에게 신호를 잘못 보내는 바람에 두 크레인이 충돌해 크레인 지지대가 무너져 지상에 있던 하청 노동자들이 참변을 당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 중 기둥이 부러져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크레인에 맞는 순정 부품이 아닌 철공소 주문제작 부품으로 교체해 사용하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서만 비슷한 사고가 8차례나 발생해 근로자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같이 많은 인명 피해도 문제지만 더욱더 큰 문제는 비슷하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잦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타워크레인 사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가 크레인의 사용 연한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현장에서는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타워크레인 사고의 원인은 그동안 발생한 많은 사고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인으로 같은 사고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외양간이 망가지면 그 안에 있는 가축들이 멀리 도망을 가버린다. 그러면 귀중한 재산인 소를 잃은 주인은 그 전에 허술했던 외양간을 수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쳐 봤자, 도망간 소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 속담은 이처럼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일을 당하고 나서야 뒤늦게 손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아무리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뜻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를 쫄딱 맞은 다음에 우산을 사거나, 시험을 망친 다음에 시험공부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일어난 평택시 칠원동 한 아파트 공사장 사고나 용인 동원물류 물류센터 공사장 사고, 남양주, 10월 의정부 사고도 그 이유는 비슷하다.
여기서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가 왜 우리 사회에서는 같은 유형의 사고로 반복해 일어나는 지를 근본적 질문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대책은 내놓았다. 그런데도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말뿐인 대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탁상에서 대책이 만들어지고, 현장에선 거의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만사는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이제야말로 정치권과 관료, 전문가, 언론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안전 패러다임을 바꾸어 안전한 사회를 다함께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