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심의절차 종료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외부전문가 TF가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공정위에 권고함에 따라 향후 재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 과정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놨지만 반쪽짜리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외부전문가까지 동원했지만 대오각성 대신 수위를 조절한 반성문에 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TF는 지난해 공정위 내부에서 이 사건의 형사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묵살된 의혹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다.
판매 중단·수거조치일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심판관리실은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심의절차 종료 상태인 사건을 재심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공정위 전원회의 위원들은 같은 해 12월 비공식적으로 재심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재심의하지 않기로 했다.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뒤로 상황 변화가 크지 않아 재조사 필요가 없다는 게 당시 위원회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런 입장은 불과 석 달을 가지 못하고 다시 뒤집히고 말았다.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애경과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뒷북’ 상정했다. 지난해 이미 재조사에 착수하고 고발 처분까지 마무리할 기회를 공정위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을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치 않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TF는 이번 보고서에서 안건의 전원회의 상정 논의 과정에서 위원장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파악했지만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지난해 CMIT 가습기살균제 심의 당시 소회의 위원 3인은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해 전원회의에서 이 사건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당시 위원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하지만 위원장은 전원회의로 상정하면 공소시효를 넘길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소회의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전원회의 상정은 무산됐다.
소회의 안건의 전원회의 상정 여부는 3인의 소회의 위원이 결정하고 위원장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윗선’에서 근거 없는 영향력을 행사해 소회의를 통해 민감한 사안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이번 TF는 절반 이상이 공정위 근무 경력자로 채워져 초기부터 냉정한 조사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공정위 사건처리 과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TF의 보고서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심의하지 못해 아쉽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기존 입장에서 단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정위의 발걸음은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조직의 안위를 걱정하는 단견을 뛰어넘어야 한다. 투명치 못했던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국가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