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결과를 놓고 여야 또는 진영 간의 해석이 분분하다. 방문기간 내내 중국의 홀대와 한국기자 폭행 등 숱한 잡음이 다른 해외 방문 때와는 판이한 온도 차이를 느끼게 한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적절한 방문이었다는 자평이고,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중국의 홀대를 받은 굴욕적 외교였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자평처럼 사드갈등으로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진 것 같아 보여 다행스럽다.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절실함’이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 모두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국제 사회에서 각국이 갖는 다른 간절함은 감출 수 없었다. 한국은 더 이상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싶었고, 중국은 한미일 공조의 ‘외통수’ 만은 막아야한다는 입장이 극명했다.
한중관계 악화의 도화선이자 아직 불완전 연소상태인 사드배치 큰 문제다. 양국이 모두 외면하고 싶지만 양 국민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체념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처지다.
한국은 올해 사드 여파로 약 5조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경기 위축으로 자칫 불황의 그늘에 갇힐 수 있던 한국경제를 그나마 돌아가게 해준 마중물은 수출과 관광 수입이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됐고, 한류에 매료돼 한국으로 몰려오는 중국 관광객은 내수시장을 살리는 따스한 훈풍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국 내 사드배치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만약 다른 길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았을 한국 정부였다. 안보위협이라는 큰 장벽 앞에서 한국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중국 권력서열 1~3위인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정부에 ‘사드 문제 처리’를 주문했다.
격이 낮은 공항접대와 대통령 ‘혼밥’의 외교적 수모를 겪으면서도 인내할 수밖에 없었던 문 대통령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이런 인내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한국 제1야당의 대표는 일본 아베수상과의 만남 자리에서 ‘알현’이라는 단어를 섞어가며 문 대통령의 ‘굴욕적 외교’를 비판했던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지 모르겠다.
이 같은 외교적 결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국력을 강하게 하는 ‘자강(自强)’의 전략이 필요하다. 주변국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당당한 외교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국력’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국력 강화는 국방력 육성으로 얻을 수 있다.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도 한 가지 방법일수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열강을 국방력이나 경제력으로 제압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너무 벅찬 꿈이다.
지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단 하나다. 주변 열강들 사이에서 ‘적전분열’을 막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도 있고 문제 해결의 방법을 달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보와 외교는 다르다. 하나로 일치하지 않은 외교와 안보는 스스로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