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처럼 얼어붙은 '기부 민심'… 싸늘한 '사랑의 온도'
한파처럼 얼어붙은 '기부 민심'… 싸늘한 '사랑의 온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2.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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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모금 더뎌… 고액기부자모임 신규회원 첫 감소
지난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온도탑' 폐막식.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온도탑' 폐막식. ⓒ연합뉴스

올해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는 '기부민심'은 겨울한파 만큼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비영리단체(NPO)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의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 높이는 예년에 비해 유독 오르지 않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수은주 높이는 모금 추이를 보여준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 31일까지 3994억원을 목표액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 나눔 캠페인'이 시작한 지 19일째인 이달 14일 기준으로 수은주 높이는 '27.9도'에 그치면서 1113억원을 모았다.

2015년에는 캠페인 17일째 사랑의 온도가 41.1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8일째에 41.5도였던 점과 비교할 때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 모금이 덜한 것이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대개 연말에는 사랑의 온도 50도, 즉 목표액의 50%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모금이 몹시 더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단체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창설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신입회원 증가 폭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너 소사이어티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인 만큼, 올해 가입이 감소했다는 것은 업인이나 유명인사 등 '부자'들의 기부도 위축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후원이 부족한 것은 사랑의열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집단에 전문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소 규모 재단들은 후원 감소로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올해 기부민심이 얼어 붙은 것은 올 하반기 발생한 '이영학 사건' 등 악재의 영향으로 보인다.

친구의 딸인 여중생을 살인한 이영학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10억원대 후원금 대부분을 차량 튜닝 등 개인의 유흥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씨의 국정논란 사태도 기부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NPO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즉, 지난 정부가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의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을 잇따라 터뜨리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기부의 밑바탕에 신뢰가 깔려있다"라면서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 사건들이 이어진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 못 믿는 분위기가 퍼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