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인다
[기자수첩]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인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2.17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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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족공동체 성격이 많이 남아있던 옛날, 미풍양속을 저해한 죄인의 등에 북을 지우고 죄상을 적어 붙인 다음 마을을 몇 바퀴 돌리는 ‘조리돌림’이란 형벌이 있었다. 

이는 육체적 체벌은 아니지만 해당 죄인의 죄상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 죄인의 수치심을 극대화시키고, 공동체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재발을 방지하려는 제재 방식이다.

이 형벌은 네트워크 활성화와 접목되면서 익명에 기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인터넷 조리돌림’으로 변질돼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인터넷 조리돌림의 주된 대상이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에서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 조리돌림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조리돌림은 ‘익명’에 기대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차이점은 가해자들로 하여금 법과 증거에 의한 처벌이 아닌, 자신에게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면 ‘낙인’을 찍어 조리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가해자가 찍은 엉터리 낙인은 무분별한 군중심리에 의해 과열되고 끝내 조리대상에게는 비판을 넘어선 비난과 조롱으로 돌아간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인터넷 조리돌림이 별다른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조리대상이 돼 고통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조리돌림을 당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큰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종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조리돌림을 근절하기 위해선 당국은 물론 인터넷 및 통신업체들까지 강력한 처벌 의지를 갖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네티즌들의 각성과 자정노력이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분노를 정의로 착각해선 안 된다. 죄의 심각성에 따른 처벌을 개인의 과제로 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악의 없는 댓글이나 글이 타인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때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