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표류하는 ‘뉴 롯데’
오너 리스크, 표류하는 ‘뉴 롯데’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12.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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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땐 지주사 체제 완성·한일 통합경영 등 사업 차질
신동빈 해임 가능성…일본인들이 그룹 장악할 수도
사진 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이 구형된 신동빈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신 회장이 직접 추진하고 있는 '뉴롯데' 전략의 실행이 불투명하게 될 전망이다.

만약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될 경우 롯데가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해외사업과 지주사 체제 완성, 한일 롯데 통합경영 등 향후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7일 법원과 롯데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등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 비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오는 22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총수일가뿐 아니라 채정병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과 황각규 전 운영실장, 소진세 전 대외협력단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 주요 전문경영인들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아 같은 날 선고가 이뤄진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여부다. 롯데 측은 22일 재판에서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10조원 넘게 투자한 해외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최근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롯데는 롯데케미칼이 4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부재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올해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의 완성이 요원해진다는 것도 롯데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는 식품과 유통 부문의 42개 계열사를 1차로 편입한 롯데지주에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해야 완성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될 경우 식품·유통 부문 이외 계열사들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회사의 경영투명성이 주요 상장 심사 요건이어서 심사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안한 지분구조에도 신 회장 개인의 능력으로 구심력을 유지해온 일본롯데의 분리 경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나 주총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실권은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장악하게 된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뉴 롯데 건설을 위한 성장통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롯데 입장에서는 신 회장의 부재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한별 기자 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