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공개됐다.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 정부의 기본적 시각 즉, 패러다임의 변화다.
기존 계획이 경제성 있는 발전설비 건설에 따른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환경 이슈와 수요관리를 중심에 두고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싼 원전과 석탄 발전을 기저발전원으로 사용하고 전력이 부족할 경우 연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발전 등을 돌려왔었다. 하지만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이번 정부는 원전·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최대전력수요량은 2년 전 마련된 7차 계획 때보다 무려 12.7GW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에너지 수요예측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원전 등 신규 발전설비 건설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수요관리와 에너지 믹스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정부 안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설비의 절반이 넘던 원전·석탄 비중은 2030년에는 34.7%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24기(22.5GW)인 원전은 2030년까지 18기(20.4GW)로 줄어든다.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중단되고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연장도 금지된다.
석탄 발전량 비중도 2030년까지 36.1%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30년 이상 된 모든 석탄발전의 봄철 가동 중지를 정례화 한다. 지난 6월 가동 중지한 노후석탄발전 8기 외에 2030년까지 22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반면 신재생 설비는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대거 확충하고 LNG발전 비중도 높인다.
이같은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발전 부분 미세먼지는 2017년 대비 2030년 62%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수요관리에 초점을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정부는 최대전력수요의 12.3%인 14.2GW는 수요관리로 감축할 방침이다.
남는 것은 전기요금이다. 이번 안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2022년까지는 거의 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요금은 2017년 대비 1.3%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의 전기요금도 2017년 대비 10.9% 오르는 데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연료비와 물가요인을 제외한 과거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 13.9%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다만 산업계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중 경부하대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여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의 50% 이상이 경부하대 요금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8차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환경과 안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에너지 믹스 전략을 실행해 에너지안보와 에너지 복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