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틸러슨 美국무, '北과 대화' 놓고 동상이몽
백악관-틸러슨 美국무, '北과 대화' 놓고 동상이몽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12.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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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 준비 돼있어"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북한 보는 시각 변하지 않아"
'또' 엇박자 고스란히… 정책 혼선·한미공조 영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조건없는 대화'를 언급한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 13일(현지시간)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이 점에 대해서는 현실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추는 데 동의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북한과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것이 처음인 만큼 파장이 컸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개선 없이는 북한과 대화는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13일(현지시간) 국내 한 매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북한이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있는 행동을 보여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이 말한 것처럼 이것은 단지 핵 또는 미사일 추가 시험을 안하는 것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며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시험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북 정책을 두고 행정부가 엇박자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북핵문제 해법을 놓고 다시 한 번 충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대화를 지켜봐달라"고 밝히자 자신의 트위터에 "에너지를 아껴라.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입장 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로인한 정책적 혼선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미 공조는 물론,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도 혼선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