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기업 R&D 위축 이대로 괜찮나
[기자수첩] 국내 기업 R&D 위축 이대로 괜찮나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12.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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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개발만 하고 연구에 대한 투자는 줄이고 있다. 개발에서 연구로의 방향 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실제 한국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비 증가율은 경쟁 국가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30대 그룹 상장사들이 쌓아 놓은 사내 유보금은 69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반면 '2017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작년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66억 유로(약 34조24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세계 평균 증가율인 5.8%에 밑도는 수준으로 특히 반도체, 스마트폰 등의 부문에서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18.8%)의 증가율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R&D 투자액 상위 100개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각각 7%, 6.9%, 8.5%로 전년 동기 대비 0.5%p, 0.5%p, 3%p  감소했다. 현대차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전년과 동일한 2.2%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위축은 최근 초호황 기조에 힘입은 반도체 산업의 뒤를 이을 마땅한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1974년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해 40여년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대호황의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이 10년, 20년 뒤를 바라보고 투자 중인 미래 먹거리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곳간은 가득 채우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R&D 투자에는 경쟁 국가 대비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모습이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