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들 '밥그릇 지키기' 비판 피하려면
[기자수첩] 의사들 '밥그릇 지키기' 비판 피하려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2.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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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에서는 기존 3800여 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급여화 하는 ‘문재인 케어’를 놓고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급여 항목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계는 급여수가를 먼저 올린 뒤에 비급여항목 조정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에 맞서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사라지면 그나마 비급여 항목으로 유지해오던 중소병원이나 동네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진료과목의 편중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 의료소비자들은 이미 동네 병·의원들의 과잉 진료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충분한 설명 없이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권유하기 일쑤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지영(30·가명)씨는 임신 후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백일해 예방접종을 꼭 하고 가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백일해 백신(Tdap)은 소아의 경우 예방 접종 스케줄에 따라 필수로 실시해야 하지만, 성인인 임산부의 경우 필수가 아닌 선택접종인 백신이다. 일반 성인의 경우 이 백신은 매 10년마다 1회 접종이 필요할 뿐이다.

물론, 임신 27~36주 사이에 백일해 예방접종을 받으면 모성보호를 제공해 최대치의 항체가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씨의 주치의는 이런 설명 없이 무조건 아기를 키우는 부모 모두가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세웠다. 이 병원에서는 해당 백신을 인당 5만원에 접종하고 있었다.

김씨는 “어차피 생후 2개월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접종 가능한 백신인데 비싼 돈을 들여 맞으라니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며 “굳이 맞더라도 엄마인 나만 맞으면 될 것 같은데 아빠, 할머니 모두 맞으라고 병원을 갈 때마다 말을 하니 눈치가 보여도 너무 보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병원 측에서 늘 비급여 항목에 대해 설명 없이 필수인 것처럼 검사를 진행한다”며 “산모를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소비자들은 의료계의 어려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문재인 케어’에 일단 환영하고 본다.

결국 의료계가 주장하는 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해선 의료계 먼저 자체적으로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의 신뢰가 올라가야만 수가 적정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부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군인 의료계가 현명한 행보로 국민들과 함께 발맞춰 나갈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