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선물 같았던 한해를 보내며
[독자투고] 선물 같았던 한해를 보내며
  • 신아일보
  • 승인 2017.12.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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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영미 통합관리팀장
 

늦가을이 되면 겨울을 앞두고 집집마다 김장을 한다. 김장을 위해서 우리 집은 8월에 배추모를 심는다. 배추는 뜨거운 여름날의 햇살을 먹고 쑥쑥 자라 어느새 속은 꽉 차고, 손톱만 했던 배추모가 커다란 보름달처럼 변신을 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 밭에서 뽑아 다듬고 소금에 절여 김장을 하는데, 멀리 있는 친척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그래서 김장 김치만 있으면 요즘같이 한파에 꽁꽁 얼어버린 겨울 왕국도 문제가 없다.

힘들거나 지칠 때면, 전통 장맛이나 오래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이 그리워지는걸 보면 음식을 나누는 것이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김장에 꼭 '사랑의 김장'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동네마다 김장을 해서 나누는 모습은 노오란 배춧잎에 빨갛게 묻은 김장속과 함께 더 빛나 보인다.

그리고 맞는 훈훈한 송년모임은 이제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을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함께해준 사람들과 자리를 마련해 감사하며 축복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해마다 한 달 남은 달력을 보면, 아쉬움 반 고마움 반 엇갈린 감정에 휩싸이는 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는 감기 같은 것이리라...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을 우린 특별한 일만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40대를 보내는 지금의 삶이, 다시 60을 앞두고 오늘을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나하나의 추억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얼마 전 읽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인 영혜는 처음에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고기를 거부해왔지만, 결국에는 모든 음식물을 거부한 채 나뭇잎을 잃은 나무처럼 앙상한 모습으로 삶을 거부해 간다. 죽었다고 결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은 죽게 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을 해본다.

결국 영혜가 거부한 것은 사람이었으며, 어떠한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곁에 있어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인연....

돌이켜보면 올해 나의 봄은 한없이 바쁘고 따스했으며, 여름은 건강을 잠시 잃었으나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밑반찬을 만들어 오시던 사랑을 받았고, 가을은 새로운 부서에서 새롭게 만난 여동생들과 축복하였으며, 아직 시작하고 있는 겨울은 미소 지으며 연말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한 일이어서 내게 만남의 인연을 준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동반해서 오는 것이지 않을까.

부족한 이 사람에게 환한 아이 같은 미소를 보내준 많은 선물 같은 인연에 감사하며, 아쉽지만 달달했던 2017년 정유년을 기억해 본다. 그래서 올 한해 모두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송년회의 건배는 원샷이 될 듯하다.

/동두천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영미 통합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