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지적과 단속에도 가맹본부들의 갑질이 여전하다. 이번에는 정보공개서를 통한 갑질이다. 정보공개서란 가맹 희망자가 가맹본부와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정보가 담긴 문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 경기도가 서울·경기 가맹점 2000곳을 직접 방문해 진행한 가맹분야 정보공개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맹본부 30개 중 ‘구매 강제품목’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취하는 ‘차액 가맹금’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때문에 가맹점주들 중 74.3%는 가맹본부에 내는 물품 대금에 가맹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예를 들어 치킨 가맹본부가 생닭을 가맹점주에게 팔고 남기는 차액을 정보공개서에 넣지 않아서 가맹점주들은 이를 가맹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맹점주의 35.8%는 자신이 가맹본부에 지불하는 가맹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통상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공급 품목에 이윤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가맹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 한 곳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실태점검에서 처음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구입 강제품목 가격 수준을 비교할 수 없고, 가맹본부가 얻는 이익 규모를 추산할 수도 없어 정상적으로 수익이 분배되는지 알 수 없어진다. 가맹점주의 눈을 가려 가맹본부의 배를 불리는 것과 다름없다.
뿐만 아니다. 가맹점 세 곳 중 한 곳은 가맹본부가 제시한 평균매출액보다 낮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맹점주 31.3%는 실제 매출액이 공개된 정보보다 낮았다고 응답했다. 가맹점의 절반 이상이 가맹본부가 제시한 매출을 하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에 기재한 가맹점들의 전년도 평균매출액이 부풀려져 있다는 의미다. 실제 평균매출 수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맹본사가 거짓 정보를 제공하면 이를 믿고 가맹사업에 뛰어든 이들이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른바 가맹본부의 인테리어 장사도 여전했다. 정보공개서에 적힌 인테리어 비용보다 많이 지출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주는 20.2%였다. 이들은 제시 비용보다 평균 32%를 더 썼다고 답했다. 정보공개서에 없던 시공항목이 추가됐다는 응답도 32.3%에 달했다.
고의이건 아니건 가맹본부의 부실한 정보 공개는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희망을 볼모로 사업자금을 갈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한 악질적 갑질이다.
향후 공정위는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가맹금이 얼마인지, 매출액 대비 가맹금 비율은 어떤지도 기록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당 지역의 평균 매출액도 정확히 기재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물론 인원이 한정돼 있는 공정위만으로는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다. 모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수천개에 달하는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를 더욱 면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릇된 정보에 의한 사업은 대체로 성공할 수 없다. 폐업에 따른 절망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의 투명화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