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사회를 분석해 볼 때 등장하는 새로운 사회상의 하나가 신흥부유층(新興富裕層)‘이다. 공산주의 이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미지가 있는 이 단계는 북한에 조금씩 침투하고 있는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소를 부분적이지만 공식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밀수’와 ‘장마당’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신흥부유층’이 생겨났다. 계획경제의 붕괴를 낳게 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권력으로 인한 부(富)를 축적한 종래의 부유층과는 다르다. 자본주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재(財)의 성취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초기의 신흥부유층은 1990년대 초에 이미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권력과 돈, 돈은 권력’인 암시장인 ‘장마당’의 원형이 생겼다. 이들은 중국과의 밀무역과 교류를 통해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은 곧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눈초리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총살을 당하기도 하고, 수용소에 보내지기도 했다.
북한은 합법, 비합법을 묻지 않고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당과 정부, 군의 간부 등의 권력자와의 친밀한 관계가 불가피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자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은 권력층의 모델이 저하돼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그에 따라 권력자 층의 후원이 필요한 지하경제와 부에 대한 관심을 둔 권력층과 쉽사리 유착하기 쉽게 됐다.
스스로의 힘으로 축재를 하고 권력자에게 뇌물을 바쳐 그들의 산하에 들어가는 신흥부유층도 있다. 특히 정재유착(政財癒着)이 쉬운 기득권을 가진 입장에 있는 자들, 예를 들면 간부의 자녀와 외국과 관련된 기관 등에서도 많은 신흥부유층이 탄생했다. ‘신흥부유층’은 북한 인구의 약 0.2%를 차지하고 있다는 외국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탈북자들과, 외국 연구기관 및 언론기관 등은 북한의 ‘신흥부유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신흥부유층의 대부분은 외화획득 교역과 밀무역을 통해 재화를 얻는 사람들이며 기관과 기업의 명의로 등록된 자동차와 심지어는 어선의 보유자,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유 버스 소유자까지 있다고 한다. 신흥부유층 가운데는 고급맨션과 자동차, 최고급 외국제품을 사 들이며 운전기사와 하수인까지 두고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편 재산가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유재산이 일부 인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호화생활을 하게 되면 보위부의 감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방어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당 간부와 권력기관의 관계자들과 여러 가지 형태로 ‘후원’해 당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한다. 이런 감사장은 사법당국의 검열의 손을 피하려는 하나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흥부유층 등의 새로운 계층이 생겨나면서 확대되고 있는 북한. 과거에 찾아볼 수 없는 심한 빈부격차가 분명해지고 있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재하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시대, 권력도 인맥도 상업수단도 없고 외국으로부터 돈을 보내주는 친척도 없는 보통의 북한 서민은 더더욱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북한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