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처음으로 26%를 넘어섰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6.3%로 집계됐다. 국민부담률은 1년 동안 국민들이 낸 세금과 국민연금·의료보험료·산재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국민부담률 급등 원인은 지난해 조세부담률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은 2015년 18.5%에서 지난해에는 19.4%까지 뛰었다. 지난해 총조세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무려 11.3%인 24조7000억원 급증했고, 지방세 수입 역시 6.3%인 4조5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인 34.3%와 비교해도 8%포인트나 낮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최근 10년 동안 2.7%나 뛰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이 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던 것과는 판이하다.
올해도 세수호황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내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대상 증세가 확정돼 조세부담률 상승이 예상된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지출 확대로 재정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도 상승을 압박한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수요 확대 등으로 국민 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조세 형평성 개선을 통해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미리 사회적 합의를 갖춰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은 그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법인세·소득세 최고 세율이 인상됐고 공무원 증원 등에 따라 누진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와 연금부담도 세금으로 충당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도 명확한 시한을 못 박지 않아 앞으로 작지 않은 부담이다. 건강보험 급여대상 확대로 건강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도 상승요인이다.
정부도 이런 재정 소요 뒷받침을 위해 2021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5%내외)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은 2021년까지 연평균 5.8%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대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국민 부담을 덜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요인까지 고려하면 상승 속도를 늦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가 고도화하고 인구 구조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선진국형 경제로 옮겨갈수록 재정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재분배, 균형 발전, 사회복지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국민부담률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국민 부담률을 낮추면서 사회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이다.
국민부담률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지향할 복지수준이 어디쯤인지를 먼저 설정하고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절차가 없었다. 촛불혁명으로 서막을 연 문재인 정부는 이런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