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름유출 10주년, 광고성 카퍼레이드 '눈총'
[기자수첩] 기름유출 10주년, 광고성 카퍼레이드 '눈총'
  • 이영채 기자
  • 승인 2017.12.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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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남 서산·태안 지역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진행됐으나 올림픽 파트너 후원사인 삼성의 광고성 카퍼레이드 행렬에 시민의 눈살이 찌푸려져 옥의 티가 되고 있다.

이날 성화봉송 37일째를 맞아 충남지역을 순회 중인 조직위원회 성화봉송단이 서산지역에 도착해 성화 봉송 릴레이를 이어갔다. 또 전날에는 태안지역 만리포 해수욕장 등을 돌며 성화 봉송 행사를 마쳤다.

많은 시민들은 지역에서 선정된 성화 주자와 봉송단을 환영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동계종목 스포츠인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저마다 연마한 기량과 실력을 펼치는 대회로써, 주최국 또한 국격이 업그레이드 되는 세계적인 축제이다.

‘Let Everyone Shine’은 꺼지지 않는 성화의 불꽃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과 열정, 미래를 비춰 줌을 의미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화 봉송 슬로건이다.

하지만 성화봉송을 이어간 이날 태안 만리포 해변에서는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이 태안 기름유출 사고 10주년을 맞아 사고를 일으킨 삼성의 책임을 묻고 정부의 해양 환경 점검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태안 시민 A씨는 "우리지역을 지나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축하해야하는 국가적 축제이지만 성화주자 앞과 뒤로 대형 버스를 앞세우고 카퍼레이드 하는 삼성 스폰서 올림픽 시가행진 같은 모습을 보고 씁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산 시민 B씨는 "거리에 나온 시민에게 삼성 깃발을 나눠주고, 흔드는 시민들을 보며 한숨이 나도 모르게 들고있던 깃발위로 새어나와 얼어붙었다"며 "이날은 삼성 기름유출 사건이 있던 날인데 사죄는 커녕 그런 참사의 장본인이 퍼레이드라니 파란깃발이 저주스럽다"고 비난했다.

태안기름유출 사고는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경 태안 만리포 해상에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기중기 부선 '삼성1호'가 충돌, 총 1만2547㎘의 원유가 유출된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사고다.

이 사고로 충남 태안·서산·보령·서천·홍성·당진 등 6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126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반도의 방제 및 복구 작업에 힘을 모았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주민의 전립선암과 백혈병 발병률이 급증했다는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도 최근 보고되고 있다. 아직껏 마무리되지 않은 보상 문제로 많은 피해어민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간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고 당사자로서 삼성은 아직껏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도 없다.

세계적인 올림픽 축제에 글로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 전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부터 바로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