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회서 외상센터 여건 개선 호소… "피눈물 난다"
이국종, 국회서 외상센터 여건 개선 호소… "피눈물 난다"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7.12.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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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예산 늘려도 밑으로 투영 안돼"
정치권 영입설에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거 아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발제하고 있다.

귀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가 7일 국회를 방문해 국내 권역외상센터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최근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해 주목받았다.

이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조찬 행사의 강연자로 나섰다.

이 교수는 “제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의료계나 공직사회나 ‘이국종이 없으면 조용할 텐데, 밤에 헬기 안 띄워도 될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귀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1시간 이상 걸려 수술방에 올라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가 중동보다 (시스템이) 못 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치면 30분 안에 수술방으로 가는 그런 나라에서 살기 위해 북한 병사가 귀순한 것 아니겠냐”며 “정작 그 친구가 한국에서 노동하다 다쳤는데 수술까지 몇시간이 걸리면 어떡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석해균 선장의 수술 사진을 공개하면서 “당시 아주대 같은 ‘지잡대’ 병원에서 별것도 아닌 환자를 데려다 쇼를 한다고 의료계 뒷이야기가 아주 심했다”며 “그런데 이 상태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느냐”고 의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메인 스트림’이고 ‘오피니언 리더’”라며 “아덴만 작전 때부터 이런 것에 너무너무 시달렸고, 이런 돌이 날아오면 저 같은 지방 일개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저희가 안 나가면 (위급한) 환자들은 다 죽는다. 이런 환자 한두명 죽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말 슬픈 것은 소방헬기라도 타고 돌아다니는 노력이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8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에 대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서 굉장히 감사하다. 하지만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좋은 뜻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밑으로 투영이 안 된다”며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현실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며 “(국민이)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외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 않느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나온 정치권 영입설에 대해선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