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영입설에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거 아냐"
귀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가 7일 국회를 방문해 국내 권역외상센터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최근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해 주목받았다.
이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조찬 행사의 강연자로 나섰다.
이 교수는 “제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의료계나 공직사회나 ‘이국종이 없으면 조용할 텐데, 밤에 헬기 안 띄워도 될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귀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1시간 이상 걸려 수술방에 올라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가 중동보다 (시스템이) 못 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치면 30분 안에 수술방으로 가는 그런 나라에서 살기 위해 북한 병사가 귀순한 것 아니겠냐”며 “정작 그 친구가 한국에서 노동하다 다쳤는데 수술까지 몇시간이 걸리면 어떡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또 석해균 선장의 수술 사진을 공개하면서 “당시 아주대 같은 ‘지잡대’ 병원에서 별것도 아닌 환자를 데려다 쇼를 한다고 의료계 뒷이야기가 아주 심했다”며 “그런데 이 상태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느냐”고 의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메인 스트림’이고 ‘오피니언 리더’”라며 “아덴만 작전 때부터 이런 것에 너무너무 시달렸고, 이런 돌이 날아오면 저 같은 지방 일개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저희가 안 나가면 (위급한) 환자들은 다 죽는다. 이런 환자 한두명 죽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말 슬픈 것은 소방헬기라도 타고 돌아다니는 노력이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8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에 대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서 굉장히 감사하다. 하지만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좋은 뜻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밑으로 투영이 안 된다”며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현실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며 “(국민이)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외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 않느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나온 정치권 영입설에 대해선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