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리가 아닌 '일을 늘려야'
[기자수첩] 자리가 아닌 '일을 늘려야'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2.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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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없는데 일자리가 늘어나는 기적을 기대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늘리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걸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기관들이 일자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전 정부에서는 성과연봉제니 부채감축이니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기관들이 저마다 역대 최대 규모 고용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등을 홍보하는 것을 보면 정권이 바뀌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좋다. 그것도 민간에 비해 안정적인 공공분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취업난에 갈 곳 없는 청년들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역시 뒷감당이다. 이렇게 갑자기 늘려놓은 인력들을 앞으로 얼마나 장기적으로 끌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기존 사업 규모가 커지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관들은 그나마 낫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모든 기관에 적용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없었던 사업이 모든 공공기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펑펑 터져나올 수 없음은 물론이고, 반대로 사업이 축소되는 기관도 분명 존재한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모 기관은 최근 사내에 커피숍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카페는 해당 기관의 주된 업무영역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만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일자리 창출 방식의 무게 중심이 자연적 증가가 아닌 인위적 증가로 기울 경우 이는 공공기관에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 보다도 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못에 먹이가 많으면 물고기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그러나 물고기를 늘려 놓는다고 해서 필요한 만큼의 먹이가 알아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