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챙긴 우원식… '유종의 미' 못 거둔 정우택
실리 챙긴 우원식… '유종의 미' 못 거둔 정우택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12.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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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상황서 협상 주체로 성공적인 합의 '호평'
전략적 실책으로 민주-국민 예산연대 밀렸다 '비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부터)와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김진표 의원 등 지도부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부터)와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김진표 의원 등 지도부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6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긴 반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임기종료를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중 소득세법 개정안을 정부안대로 통과시켰다.

기초연금 인상 역시 시행시기를 다소 늦췄을 뿐 사실상 정부안대로 관철하는 등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의 주체로서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설득해 한국당을 압박한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우 원내대표는 협상이 타결된 날인 4일 오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조찬회동을 갖고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을 고리로 한 국민의당의 협력을 끌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의당과의 공조를 통해 여당을 넘어서려던 한국당의 전략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여당은 자축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3당 원내대표 협상 타결 직후 우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하셨다"고 격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논의하고 있다.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논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당내 안팎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의 경우 애초 정부안인 1만2221명에서 2746명을 줄인 9475명에 합의한 것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한국당은 절반인 7000여명을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반은 커녕 국민의당 안보다도 큰 숫자로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의 경우에도 한국당은 유보입장을 취했으나 과표구간을 2000억원 초과에서 3000억원 초과로 상향한 대신 25% 최고세율은 유지했다.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초대기업 증세'라는 취지는 살린 셈이다.

논란이 됐던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유보'라는 입장을 취한 채 합의를 했지만 국회법에 따라 의원 50인의 동의만 있어도 본회의에 상정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수가 총 160석으로 과반이라는 점에서 무난 통과가 예상됐다.

이 때문에 4일과 5일 의원총회 비공개 때 많은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에게 항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로서는 임기만료(12일)를 코앞에 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내지도부의 전략적 실책으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사실상 '예산연대'에 속절없이 밀렸다는 비판론이 불거지면서 신임 원내지도부의 자질 및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불 붙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