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가루’ MSG의 억울한 누명
‘마법의 가루’ MSG의 억울한 누명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7.12.04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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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발효로 만들지만 ‘화학·인공적’ 이미지 강해
저염식단 만드는 데 유리…위 점막 보호에도 도움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식약처에서는 식품첨가물 분류에서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퇴출시키기로 결정하고, 내년부터 MSG(Monosodium Glutamate, L-글루탐산나트륨)를 ‘향미증진제’로 분류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동안 ‘화학’이라는 이미지로 몸에 유해하다는 오해를 받은 MSG가 올바르게 인식되길 원하는 식약처의 결정이다. MSG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MSG를 과하게 쳤다”

최근 방송가와 젊은 층 사이에서 흔히 주고받는 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굉장히 부풀려서 말할 때 모든 조미료를 포괄하는 단어인 MSG를 상징적으로 활용한다. 

이처럼 MSG는 주로 ‘화학적·인공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소비자들 사이에서 MSG는 인체 건강에 백해무익한 화학 물질로 알려져 있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MSG를 사용한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MSG의 입지가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첫 출시된 MSG 제품은 현재 식품기업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서 개발한 미원이었다. 60년대 당시 이 제품은 많은 주부들 사이에서 어떤 음식이든 감칠맛을 더해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MSG의 위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감칠맛의 비결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MSG는 럭키(현 LG생활건강)에서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내세운 MSG 무첨가 마케팅으로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당시 맛그린은 무MSG를 강조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맛그린은 실질적으로는 조미료에서 MSG만 뺐을 뿐 HVP(산분해간장), 합성향 등 다른 화학적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실상 진짜 자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이 여파로 소비자들에게 MSG는 ‘화학물질’이며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종합편성채널의 먹거리 탐사 프로그램에서 식당들의 MSG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MSG를 사용하는 식당은 좋지 않은 곳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하면서 유해성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MSG 유해성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트륨 섭취 25% 줄일 수 있어

그렇다면 MSG는 정말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졌을까? MSG 계열의 조미료는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미생물 발효로 만들어진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MSG가 내는 감칠맛의 핵심은 글루탐산이다. 사탕수수를 압착해서 설탕물을 만들고, 이를 발효조에 넣고 미생물을 배양하면 글루탐산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효소로 메주를 발효시켜 간장을 만드는 것과 똑같다. 이 글루탐산을 나트륨으로 결정화시킨 후, 건조하여 순수한 분말 형태의 MSG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MSG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이 나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4월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은 MSG를 소량 사용할 경우 소금으로 음식 간을 맞출 때보다 나트륨 섭취를 약 25%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섭취하는 소금보다 낮은 나트륨 함량을 포함해 저염식단을 만드는데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에서도 MSG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소금보다 나트륨이3분의 1가량 더 적게 함유되어 있어 비슷한 맛은 내지만 나트륨 섭취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공동 연구 조사결과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MSG가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국제아미노산과학연구회에서 MSG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에 의한 위 손상으로부터 위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발표됐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간장이나 된장도 지나치면 맛을 해치듯이 MSG도 음식에 과도하게 첨가하면 오히려 맛을 해치고 입안에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일반적인 식품에 사용되는 MSG의 양은 0.1에서 0.8%로 아주 적으니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와 기업, 정부 기관 등이 MSG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