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창 롱패딩’ 열풍… 한국판 ‘블프’에 주는 교훈
[기자수첩] ‘평창 롱패딩’ 열풍… 한국판 ‘블프’에 주는 교훈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12.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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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판매가 재개된 ‘평창 롱패딩’을 손에 넣기 위한 1000여명의 사람들이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야말로 대란이다. 제품은 잔여 물량이 입고될 때마다 삽시간에 팔려나가며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고물품 사이트에서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성통상이 함께 만든 평창 롱패딩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열풍’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에 있다. 이 제품은 유사한 품질의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50%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소비 경쟁 과열을 부추기는 ‘제2의 노스페이스’ 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잠깐의 유행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부터 가성비 좋은 제품까지 어느 제품을 구매할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다.

앞서 지난 10월에 열렸던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실패 여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외치며 올해로 세 번째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물건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는 하루 만에 28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되며 해외 쇼핑 시즌의 정점을 찍었다.

지금과 같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제품이 좋고 가격이 싸다면 소비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미국과 중국이 그랬듯 우리도 할 수 있다. 평창 롱패딩 열풍의 이유를 우리 기업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년에는 미국과 중국 못지않은 진짜 쇼핑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