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중치 못한 충남공직자 언행… ‘삼복백규’ 귀 담아야
[기자수첩] 신중치 못한 충남공직자 언행… ‘삼복백규’ 귀 담아야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7.12.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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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신중하게 하여 흠을 남기지 말라’는 경구로 쓰이는 고사성어로 삼복백규(三復白圭)가 있다. 논어 선진편에 공자의 제자 남용이 백규(白圭)란 내용의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하니 공자가 형의 딸을 그에게 아내로 삼도록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남용이 반복한 백규라는 시는 “흰 구슬의 티는 오히려 갈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네(斯言之玷 不可爲也)”로 시경에 나온다. 남용이 이 내용을 하루 세 번 반복했다니, 그가 얼마나 말을 신중하게 했는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이런 고사를 에둘러 말하는 것은 요즘 사람들이 말을 너무 가볍게 하지 않나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사회지도급 공인들이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구설수에 오르거나 설화(舌禍)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도청 A국장이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서 도의회 B의원에게 “계급장 떼고 2박3일 간 토론하자”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고위공직자가 조폭들이나 씀직한 말을 스스럼없이 함부로 쓴 것에 대해 시정에서는 의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한다. 

이 문제를 두고 도의회는 대책회의를 열고 행정부지사와 A국장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A국장에 대한 마땅한 인사 조치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말실수가  설화(舌禍)로 까지 치닫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업무처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A국장이 이렇게 신중치 못한 말이 나온 배경에는 B의원이 본회의에서 제기한 동성애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에 앞서 같은 날 열린 본회의 5분 발언에서는 B의원은 “충남인권선언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늘었다”고 주장했고, 안희정 지사는 “동성애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팩트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A국장도 “인권 증진과 에이즈 발생은 관련성이 없다”고 안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실 A국장이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말한 것은 사실 악의는 전혀 없다. 하지만 그리 적절치 못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내 존재를 과시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은 있어야 한다. 

말은 듣는 이의 느낌에 따라 그 말의 의미가 달라져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이렇다보니 말에 대한 아포리즘(aphorism)은 삼복백규 외에도 무수히 많다. 성경에는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된다”가 있다. 전당서에도 풍도가 쓴 설시에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가 있다. 사회지도급 공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