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사회부 부국장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부가 평생 낳기로 한 아이의 수가 2명에도 미치지 못해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수준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한 부부가 급증하는 등 대한민국이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통계청과 통계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에는 혼인코호트별 출산과 아동보육 분석이 담겨 있다. 혼인코호트란 특정 시간대(5년)에 결혼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집단을 말한다. 주로 나이별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통계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조사 결과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혼인코호트의 기대 자녀 수는 1.91명으로 1950년부터 1954년까지 4.49명보다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기대 자녀 수란 현재 출생아 수에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자녀 수까지 합한 수치다.
최근 기대 자녀 수는 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출산인 2.1명 이하다.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뜻한다.
다만 지난 2010~2015년의 기대 자녀 수는 2.07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부부의 추가 계획 자녀 수가 다소 과다하게 집계된 것으로, 향후 조사에는 더 감소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저출산이 아니라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혼인코호트 중 무자녀의 비중은 5.9%로 조사됐다. 1990년 중반까지 2% 내외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비중은 무려 37.2%까지 올라가지만, 이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까지 포함된 비중이라 무자녀와는 직접 연관 지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기대 자녀 수가 0명인 비중은 8.2%로 역대 최고인 점을 고려하면 무자녀 비중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저출산 현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결혼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덩달아 신생아 수가 감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결혼과 출산이 행복이 아니라 고생이다. 지금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과연 누가 애를 낳으려 하냐“ 대다수 젊은이들의 푸념 아닌 푸념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은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생산인구뿐 아니라 소비인구가 줄면서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둔화 시킬 것으로 우려가 된다.
인구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저출산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미래와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모든 세대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버거운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어야만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힘이 든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들 만큼 잘해주지 못해 힘이 들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집 때문에, 집을 사도 대출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도 오르는 물가에 한숨만 절로 나온다. 사방이 절벽이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의 여파는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만사는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우리 모두가 다함께 나서야 할 때다.
/김종학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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