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롯데·SM 등 순환출자를 보유한 10개 기업집단은 적은 지분의 총수일가가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 SK, 금호아시아나, 현대중공업, 하림 등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1%보다 낮았다.
올해 신규 지정된 SM이 148개의 순환출자의 고리를 보유해 그 수가 급증했다 하더라도 지난해 순환출자를 보유했던 8개 집단 중 7개 집단은 변화가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체제 전환 과정에서 1개 증가했다가 6월 해소됐다. 농협은 2개의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겼다.
특히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4.2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가 36.4개로 총수가 없는 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2.6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는 24.8개에 비하면 수평·방사형 출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수가 있는 49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도 대체로 증가 추세다. 2013년 54.8%였지만 올해는 58.0%로 증가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2013년 4.4%에서 올해 4.1%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계열회사 지분율은 같은 기간 48.1%에서 50.9%로 증가했다.
이렇게 보면 기존 순환출자를 보유한 8개 집단의 순환출자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가 도입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자발적 해소 추세가 단절돼 우려스럽다는 공정위의 평가가 당연하게 보인다.
재벌그룹 산하 금융보험사의 경우 계열회사 출자를 높였다. 고객자금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금산분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 집단 중 11개 집단소속 55개 금융보험사가 134개 계열회사에 출자하고 있었다. 출자금은 5조2796억원으로 전년보다 2989억원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 집단 중 7개 집단소속 20개 금융보험사는 22개 비금융보험사에 3181억원을 출자해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는 43개 집단소속 227개사로 전년보다 42개사나 증가했다. 롯데처럼 국내 주력계열사에 출자해 지배구조 유지에 이용되는 경우도 발견됐다.
이렇게 보면 재벌 스스로의 개혁을 바라는 정부의 입장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올해 재벌들이 대중소기업 상생 등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에서 만큼은 전혀 변함이 없다. 아직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지속가능경영 대신 순환출자를 통한 그룹 지배력 확보에 열심이다.
재벌은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비판을 ‘반기업정서’로 치부하다가는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오너일가에 대한 ‘반오너일가 정서’일 뿐이라는 역공을 자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