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진료 묵인' 이영선 집유… "대통령 지시 거부 어려워"
'비선진료 묵인' 이영선 집유… "대통령 지시 거부 어려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1.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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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이영선 '석방'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씨는 선고 직후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30일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은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 중 차명 전화 개통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나 이씨의 지위나 범행 내용 등에 미뤄봤을 때 원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고도 무면허 의료인을 청와대에 출입시켰다. 이는 대통령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또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3차례나 증인 출석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사건에 증인으로 나가 위증했고, 수십 개의 차명폰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등에게 제공해 국정농단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도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나 업무 내용 등에 비추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청와대 내에서도 받으려는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에 대해선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무면허 의료인들은 처벌받지 않은 점, 국정농단 주요 사건의 주범이나 공범이 아닌 점 △자신의 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 △이미 이 사건으로 청와대 경호관에서 파면된 점 등도 감형 이유로 설명했다.

이 전 행정관은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십회에 걸쳐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 무면허 의료인 3명을 청와대에 들여보낸 혐의(의료법위반 방조) 등으로 기소됐다.

또 3차례에 걸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고(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서 의상비를 받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52대의 차명폰을 개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 등에게 양도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받고 있다.

1심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운 위치였던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당시 1심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쳐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과 청와대에서 비선진료 등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그의 충성심은 국민을 향해야 하는데도 대통령과 주변 사람의 그릇된 일탈을 위해 충성심을 다 해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