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맘 시대”
“슈퍼 맘 시대”
  • 최연충
  • 승인 2008.09.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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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을 얻으려고 가는게 아니라 위대한 미국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간다” 구스타브에 이어 다시 대형 허리케인 아이크가 미국을 강타한 가운데 2008년 9월의 미대륙은 또 다른 메가톤급 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공화당의 부통령후보로 혜성같이 등장한 세라 페일린(Sarah L.H. Palin)바람이 그것이다.

메케인후보가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여성이라는 잇점과 참신성 면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카드일 수 있겠다는 정도였는데,막상 무대에 올려놓고 보니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고 있는 셈이다.

줄곧 민주당의 오바마후보에게 끌려가던 공화당 메케인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하여 역전에까지 이르는 이변을 보이고 있으니 놀랄 만도 하다.

페일린효과 말고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을 온통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이 페일린 바람은 과연 어디서부터 불어온 것일까? 내 나름대로 느낀 점을 피력하자면 이렇다 (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소감일 뿐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우선 그녀는 젊고 당차다.

1964년생이니까 아직 40대 초반의 나이, 메케인후보가 고령이라는 취약점을 멋지게 커버해준다.

힐러리 못지않게 야무지고 깔끔한 이미지를 지닌 데다가 연설은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친다.

‘나는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을 얻으려고 가는게 아니라 위대한 미국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간다’는 한마디로 그녀가 중앙정치경험이 없다고 꼬집던 언론을 잠재워버렸다.

거기다가 상큼하고 예쁜 외모는 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페일바람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녀는 2남3녀를 둔 어머니다.

석유업체 BP의 근로자로 일하는 남편 토드는 에스키모 혈통이라 한다.

그녀 자신도 명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이다호대학을 졸업한데다가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다.

미국 사회의 주도층에 끼어들 만한 든든한 배경이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올해 열일곱 살에 불과한 둘째딸 브리스톨이 혼전임신한 상태이고 막내아들 트리그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등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결코 평탄하지 않은 가정사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사랑은 남달라 보인다.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어떤 가정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도 있고 그만큼 기쁜 일도 있다’라고. 부통령후보자와 그 가정도 자신들과 다름없는 애환을 겪고 있다는 동류의식, 주지사라는 공직을 수행하는 한편으로 가정도 알뜰하게 챙기고 꾸려나가는 그 열정, 게다가 아픈 가정사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진솔함이 많은 미국민의 마음에 와닿지않나 생각된다.

사회생활과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활동적인 여성을 수퍼맘이라 칭하는데, 이쯤되면 페일린효과를 수퍼맘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듯 싶다.

얼마전에 막을 내린 북경올림픽에서 41세의 나이에도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아줌마 수영선수 토레스를 기억한다.

41세라면 수영선수로서는 그야말로 환갑을 넘긴 셈인데도 젊은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루는 용기를 보여준 사람이다.

그녀가 최근 뉴욕의 한 패션쇼에서 모델로 무대에 올랐는데, 두살짜리 딸 테사를 품에 안은 채였다.

딸을 안고 꾸밈없이 활짝 웃고있는 그녀 역시 이 시대 수퍼맘의 또 다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능력있는 여성은 더 이상 가사일에 발목잡혀 자신의 역량을 사장시키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서구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유교문화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비켜가지 않는다.

철저한 남성중심사회인 일본조차도 여성인 고이케 유리코 전방위상이 차기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이다.

이 시대 수퍼 맘들이 펼쳐갈 행보에 주목 할지어다.